가거나, 오거나 혹은 멈추거나

 12월 2일. 새벽 6시 20분. 이촌역. Club Melf 정모 후.
 
 얼굴 한 번 정도밖에 못 본 형들이 만나자고 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전역 축하기념으로 만나자고. 황송할 따름이었다. Melf(Man Enjoy Life) 정모였다. 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트라넷에서 우연찮게 만난 사람(사람이 아니고 군인)들끼리 한 번 뭉쳐보자고 만들었던 클럽. 이제 나만 빼고 전부 민간인이 된 형들과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0명이서 모여서 소주를 몇 병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넙쭉넙쭉 받아마셨다. 2차가 끝나자 다들 얼큰하게 취해있었다.
 피시방에서 게임을 좀 하다가 다시 술을 마시러 갔다. 복학생들이라 그런지 다들 말술이다. 간단하게 맥주에 치킨을 시켜놓고 또 다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앉아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탄 첫 차. 신림에서 사당으로. 사당에서 이촌으로. 중앙선(일명 국철이라고 불리우는)으로 갈아타려고 이촌역에서 중앙선 타는 통로로 나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다. 길다란 통로에 나 혼자밖에 없으니까 괜시리 어색하다.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닌다. 괜히 커피라도 한 잔 뽑아마시고 싶다. 원두커피 자판기가 눈에 띈다. 600원. 다른 때 같았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걸 천 원짜리 지폐를 집어넣고 카페라떼를 누른다. 아, 맞다! 1000원이 넘는 동전에 주머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커피를 홀짝이며 디카를 꺼내든다. 그리고 찍은 사진이 저 위에 사진이다.

 가거나, 오거나 혹은 멈추거나.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답은 주관식이 아니고 객관식이다. 그런데 부지런히 뛰어가다보면 갈림길이 생긴다. 갈림길에는 또 다른 갈림길이 또 다른 갈림길이 있다. 어디에서 멈출지는 모른다. 멈췄다가 다시 나아갈 수도 있다. 정말 답은 객관식인가? 천만에! 답은 주관식이었다. 너무 많아서 감히 셀 엄두도 나지 않는. 써 넣으면 그게 답이다. 언뜻보면 인생은 외길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역에서 보면 언제나 가거나, 오거나 둘 중 하나뿐이니까. 엄연한 착각이다. 단지 두려울뿐이다. 무서울뿐이다. 여기서 멈추게 되진 않을까. 혹시나 저 길이 틀리지는 않을까. 잠시 멈춰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다음 기차가 오면 그 때 가도 괜찮으니까.

 아직 뭐가 뭔지 모르니까 두려울지언정 이제 무섭지는 않다. 내가 쓰는 것. 그것이 답이 될테니까. 다른 사람들이 답이 아니라고 할 지언정 내 답안지에는 그렇게 써있을테니까.
by 제피 | 2007/12/03 13:33 | 작문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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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레이야 at 2007/12/03 15:13
핫핫핫... + ㅅ= 1호선... 정거장 춥지요 냉난방도 안되고... ; 새벽 6시쯤이면; 거의 첫차내요;
Commented by 체르노 at 2007/12/03 22:00
음. 몸 사려.
나 나오기전날에...아저씨들한테 축구화로 밟혀가지고..
다리 다쳤어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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