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스러울 정도의 탈력감 하루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현직 기자(어디 기자인지는 열심히 둘러 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의 싸이월드에 들어갔다가 엄청난 탈력감을 느끼고 말았다. 내 눈이 정상이라면 그는 80~85년생 사이의 남자다. 그냥 남자가 아니라 압도적인 양의 책과 글을 설렵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소화시켜(이 부분이 가장 중요) 뱉어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인 것이었다.
 하, 이것 봐라?는 식의 질투는 살의에 가까울 정도의 증오로 변했고 곧 다시 탈력감으로 돌아왔다. 이런 사람들이 기자를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기자를 한다고 해도 언론이 망하진 않겠지만, 나보다는 이런 사람이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분. 뭐랄까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이 탈력감. 이런 사람이라면 나보다 잘 하겠지. 분명히.

 뭐 탈력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에 작문 하나 논술 하나 쓴다는 핑계로 블로그는 쉬쉬하고 있다. 천성이 그런 놈이니까 말이다. 

 좋은 기자를 떠나 좋은 인간의 덕목은 무엇이든지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더듬어 써보자면. 인간의 사유는 전적으로 그 개인만의 것이어야 한다. 사랑처럼. 매체를 맹신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매체 또한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고, 그 사람들은 늘 불완전하기 때문에. 같은 곳을 몇 번이고 헤매고, 부딪히더라도 자신이 치열하게 사유하는 쪽이 백 배는 좋을 것이라고. 강의에서 들었지만 좋은 인간이 되기 전에 난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 좋은 기자의 덕목이란 'fact'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따뜻한 시사적 감수성을 지녀야 함과 동시에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을 간직해야 하는 것이다.


무능력 하루

사람 좋음은 무능력에 대한 변명.

스스로 하는 변명.


[~대하여 시리즈]허세에 대하여 작문

 PAPER 4월호의 주제는 '허세 작렬'이었다. 그 중에서도 페이퍼 편집부 식구들이 좌담을 통해서 허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재미있었다. 좌담에서는 '허세'라는 행위 자체가 '과시욕', '결핍'과 '외로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정리했는데 굉장히 공감했다. 내용 중에서 특히 찔렸던 부분은 '노출 허세'와 '고생 허세'이다.  '노출'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범주가 크긴 하지만 허세의 일종이라고 정의한 부분이 있다.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자신의 존재증명을 강렬하게 하는 사람들은 뜨끔했을 것이다. 종류만 다르지 블로그를 통해서 끊임없이 '이미지'를 '재생산'해내는 나 또한 마찬가지리라. 잘난 척도 결국 무늬만 틀린 허세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아, 여담으로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낸 '도련님'이나 '공주님' 스타일의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집자랑', '부모 자랑' 등은 오글거리는 허세로 꼽혔다. 킥. 
 하지만 정작 내가 식겁했던 부분은 바로 '고생 허세', 혹은 '불행 자랑'으로 정의하는 부분이었다. 일종의 고생 배틀로 불우한 가정 환경, 재수나 삼수시절, 군대 이야기 등의 힘들었던 경험을 자랑하듯이 떠벌리면서 스스로의 고생을 치하하거나 위로하는 행위들의 통칭이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군대 고생 배틀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경쟁적으로 자신의 고생을 이야기하다가 결국 안드로메다로 끝이 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고생 허세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언론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썼던 작문 중에 박민규 소설 중 한 구절을 넣으며 '(나 혼자 불우하게 느꼈던) 학창 시절'을 주제로 '생활'보다는 '삶'에 집중해야 한다는 식으로 쓴 글이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다.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딨으며, 걔 중에는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절을 묵묵히 감내했던 사람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나보다 열심히 살았을 것이 분명하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 낯이 뜨겁다. 하라는 과제는 안 하고 허세 섞인 불행 자랑이라니. 이렇게 불행하고 못났지만 희망이 있음을, 좀 알아주고 관심 좀 가져 달라고 말하는 모든 이들의 허세는 내게는 여전히 꼴보기 싫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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